오후
-박권수(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)-


오래되면 모두 소리가 나는 걸까

수액실 침대가 삐걱거린다
주사 바늘이 각질의 두께를 잰다
한숨 푹 자고 나면 나아질까
숨소리마저 잊혀 질 수 있을까

부스스 일어나는 것이 송장보다 어렵다

날은 뜨겁고 사업도 시원찮은 아들의 부축
대지가 예전만큼 단단하지 못하다

식당에 들러 서성인다
아들의 주머니보다 먼저 입을 연 계산서
그냥 저거나 먹자
그냥 저거나,
삶이 그렇게 저거나처럼 흘러가면 좋겠다

배를 채우고 나오는 일상
해가 뜨겁고
나이 든 그림자는 늘어지거나
진하게 그을린다

아들의 손을 구태여 잡지 않는다
아들도 손을 잡지 않는다
잡지 않고도 그 접선의 연결고리에 부딪히는 강도

오후는
움찔하고, 시큰하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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